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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멈춰 선 전선

비가 센 철이 아니라 전선이 오래 머무는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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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는 시간의 이야기다

지금 이 동네 하늘입니다. 비가 오고 있다면 얼마나 오래 올 것 같습니까?

그 물음이 이 편의 전부입니다.

소나기는 30분이면 끝납니다. 그런데 장마는 같은 자리에 사흘씩 옵니다. 그리고 이틀 개었다가 또 사흘 옵니다.

비구름의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비를 만드는 경계선이 움직이느냐 서 있느냐가 다른 것입니다.

fronts 편에서 배웠지요.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만나는 경계가 전선이고, 그 경계에서 따뜻한 공기가 떠밀려 올라가며 구름이 됩니다.

온난전선도 한랭전선도 지나갑니다. 하루면 끝납니다.

그런데 지나가지 않는 전선이 있습니다. 두 공기의 힘이 비슷해서 밀지도 밀리지도 못하는 것 — 정체전선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장마전선이라고 부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장마는 비의 종류가 아니라 전선이 머무는 시간의 이야기입니다.

두 기단이 힘겨루기를 한다

한반도 위에서 두 덩이의 공기가 만납니다.

  • 북태평양고기압 — 남쪽 바다에서 올라옵니다. 따뜻하고 아주 습합니다
  • 오호츠크해기단 — 북쪽 바다에서 내려옵니다. 차고 습합니다

둘 다 바다에서 온 것이라 물기를 잔뜩 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장마비가 그렇게 많은 까닭입니다.

두 덩이가 만나면 경계가 생깁니다. 그런데 힘이 비슷하면 그 경계가 한자리에 눌러앉습니다.

일기도에서 이 전선을 알아보는 법이 있습니다. 그림의 기호를 보세요.

  • 반원이 찬 공기 쪽으로 붙어 있습니다 — 따뜻한 공기가 미는 쪽
  • 삼각형이 따뜻한 공기 쪽으로 붙어 있습니다 — 찬 공기가 미는 쪽
  • 그 둘이 번갈아 붙어 있으면 정체전선입니다

온난전선은 반원만, 한랭전선은 삼각형만 붙습니다. 둘이 번갈아 있다는 것 자체가 "서로 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둘 다 바다에서 온 습한 공기입니다. 힘이 비슷해 경계가 눌러앉습니다.

옆에서 자르면 이렇게 생겼다

그 경계를 옆에서 잘라 봅시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찬 공기 위로 올라탑니다. 올라가면 식고, 식으면 응결해서 구름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온난전선과 같습니다.

다른 것은 이 그림이 며칠씩 그대로 있다는 것입니다.

온난전선이라면 이 그림이 하루 만에 옆으로 지나가 버립니다. 그런데 정체전선은 같은 자리에 같은 구름이 계속 서 있습니다.

화살표를 보세요. 왼쪽에서 찬 공기가 밀고 오른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밉니다. 서로 버팁니다.

그리고 올라간 공기 자리를 남쪽에서 또 습한 공기가 채웁니다. 끝없이 물을 대 주는 셈이라, 비가 그치지 않습니다.

장마비가 굵지 않은데도 양이 많은 까닭이 이것입니다. 소나기처럼 쏟아붓지 않아도 사흘이면 어마어마합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남쪽에서 습한 공기가 계속 채워 주니 비가 그치지 않습니다.

밀어 보세요

이제 직접 밀어 볼 차례입니다.

그림을 읽는 법부터 봅시다. 가로가 날, 세로가 위도입니다. 위가 북쪽이고요.

  • 파란 띠 — 그날 비가 내리는 자리
  • 노란 토막 — 그 동네가 실제로 젖는 동안

손잡이는 남쪽 기단이 미는 힘입니다. 밀면 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먼저 손잡이를 0으로 내려 보세요. 전선이 제주 남쪽에서 오르내리기만 합니다. 서울은 한 방울도 안 젖습니다.

이제 조금씩 올려 보세요. 전선이 제주 → 부산 → 서울 차례로 올라옵니다.

장마가 남쪽부터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가는 까닭이 이것입니다.

그리고 선이 곧게 올라가지 않는 것을 보세요.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전선 위를 저기압이 하나씩 지나가며 밀고 당기기 때문입니다. 사흘 오고 이틀 개는 것이 여기서 나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장마는 남쪽부터 올라옵니다. 전선이 오르내려서 오다 개다 합니다.

가장 젖는 것은 가장 셀 때가 아니다

이제 이 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볼 차례입니다.

손잡이를 끝까지 올려 보세요. 남쪽 기단이 가장 세게 밉니다.

서울의 노란 토막이 줄어듭니다.

왜일까요. 너무 세게 밀면 전선이 휙 지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틀 오고 끝입니다.

반대로 너무 약하면 아예 안 올라옵니다.

그러니

  • 너무 세면 — 지나가 버린다. 적게 온다
  • 너무 약하면 — 안 온다
  • 어중간하면눌러앉는다. 가장 많이 온다

손잡이를 천천히 끌어 서울의 노란 토막이 가장 길어지는 자리를 찾아보세요. 양 끝이 아니라 가운데 어디쯤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장마가 다릅니다. 어떤 해는 마른장마고 어떤 해는 물난리입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얼마나 세게 미느냐가 조금만 달라도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너무 세면 지나가고 너무 약하면 안 옵니다. 어중간할 때 가장 많이 옵니다.

어느 해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유난히 강해서 장마전선을 빠르게 북쪽으로 밀어 올렸습니다. 중부지방의 장마는 어땠을까요?

집중호우는 종류가 다르다

장마철에 가장 위험한 것은 오래 오는 비가 아니라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입니다.

막대를 보세요. 자에 맞춰 그린 것이라 높이가 그대로 시간당 강수량입니다.

  • 가장 왼쪽 — 시간당 1mm. 우산을 쓸까 말까 하는 비입니다. 거의 안 보이지요
  • 시간당 30mm — 이것부터 집중호우라고 부릅니다
  • 가장 오른쪽 — 시간당 100mm. 앞이 안 보이고 배수가 못 따라갑니다

집중호우는 '비가 좀 많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서른 배 다른 것입니다.

기상청이 내는 호우 특보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 호우주의보 — 3시간 강수량 60mm 이상, 또는 12시간 강수량 110mm 이상
  • 호우경보 — 3시간 강수량 90mm 이상, 또는 12시간 강수량 180mm 이상

'또는'입니다. 둘 중 하나만 넘어도 발표됩니다. 짧고 굵게 와도, 길고 꾸준히 와도 위험하니까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집중호우는 시간당 30mm부터입니다. 보통 비와 서른 배 다릅니다.

물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재해 갈래의 대목입니다. 숫자부터 봅시다.

  • 발목 높이(15cm)의 흐르는 물에 사람이 넘어집니다
  • 무릎 높이면 어른도 못 버팁니다
  • 승용차는 바퀴 절반이 잠기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깊이보다 무서운 것이 흐름입니다. 고인 물은 걸을 수 있지만 흐르는 물은 얕아도 못 버팁니다.

장마철에 특히 위험한 곳입니다.

  • 지하차도와 지하 주차장 — 물이 순식간에 찹니다. 들어가지 않습니다
  • 하천 둔치와 세월교 — 상류에 내린 비가 맑은 하늘 아래로 내려옵니다. 여기가 안 와도 물이 붑니다
  • 맨홀과 배수구 근처 — 뚜껑이 열려 있어도 물에 잠기면 안 보입니다
  • 산비탈 아래와 옹벽 근처 — 비가 여러 날 이어진 뒤가 가장 위험합니다. 땅이 물을 다 머금었기 때문입니다

산사태는 비가 가장 셀 때가 아니라 오래 온 뒤에 납니다. 이 편의 첫 문장과 같은 자리입니다 — 무서운 것은 세기가 아니라 쌓인 시간입니다.

대피하라는 재난문자가 오면 그때 판단하지 말고 그냥 나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발목 높이의 흐르는 물에도 넘어집니다. 지하차도와 하천변을 피하세요.

사흘째 비가 이어지다가 오늘은 빗줄기가 약해졌습니다. 산비탈 아래 마을에서 가장 옳은 판단은 무엇입니까?

장마가 끝나도 비는 온다

흔한 오해를 하나 풀고 갑시다.

"장마가 끝났으니 이제 비 걱정은 없다" — 틀렸습니다.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물러가면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 아래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덥고 습해집니다. 그리고 덥고 습한 공기는 convection 편에서 배운 대로 스스로 솟습니다.

그 결과가 오후 소나기야간 국지성 호우입니다. 장마보다 짧지만 훨씬 굵습니다.

게다가 태풍이 오는 철이 바로 그때입니다. typhoon 편에서 배운 그것입니다.

실제로 한 해 가장 큰 물난리가 8월에 나는 해가 드물지 않습니다.

장마는 여름 비의 한 가지 모양일 뿐입니다.

그래서 기록해 둘 것이 있습니다. 장마철에 며칠 왔는지, 그리고 장마가 끝난 뒤에 며칠 왔는지를 따로 세어 보세요.

몇 해가 쌓이면 여러분 동네에서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를 직접 알게 됩니다. 그것은 어느 책에도 안 적혀 있습니다 — 동네마다 다르니까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장마가 끝나면 소나기와 태풍의 철입니다. 8월이 더 위험한 해도 많습니다.

오늘 비를 읽어 보세요

지금 이 동네 값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오늘이 어떤 날인지 화면은 모릅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준비해 둘 것은 오늘 할 수 있습니다.

  • 집 주변 배수구가 막혀 있지 않은지 봅니다. 낙엽 한 줌이 물을 못 빠지게 합니다
  • 우리 동네가 어디까지 잠기는지 알아 둡니다. 시·군·구 홈페이지에 침수 흔적도가 있습니다
  • 재난문자 수신이 켜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비가 오고 있다면 지금 바로 읽어 보세요.

  • 빗줄기를 봅니다. 가늘고 고르게 오래 오면 전선의 비, 굵고 짧게 쏟아지면 솟아오른 구름의 비입니다
  • 하늘을 봅니다. 전선의 비는 하늘이 고르게 잿빛이고, 소나기는 검은 덩어리가 따로 보입니다
  • 레이더에서 비구름이 동서로 길게 누워 있으면 장마전선, 동그란 덩어리면 소나기입니다

모양만 봐도 그 비가 얼마나 갈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마철에는 내 동네에 비가 안 와도 하천이 붑니다. 상류에 내린 비가 내려오니까요. 맑은데 물이 불어 있으면 그것이 그 뜻입니다.

오늘 배운 것

  1. 장마는 시간의 이야기다비구름의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경계선이 지나가느냐 서 있느냐가 다릅니다. 힘이 비슷한 두 기단 사이의 경계가 눌러앉은 것이 정체전선이고, 그것이 장마전선입니다.
  2. 둘 다 바다에서 온 습한 공기다북쪽의 오호츠크해기단은 차고 습하고,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은 따뜻하고 아주 습합니다. 일기도에서 반원과 삼각형이 번갈아 붙어 있으면 정체전선입니다.
  3. 가장 젖는 것은 가장 셀 때가 아니다남쪽 기단이 너무 세게 밀면 전선이 휙 지나가 버리고, 너무 약하면 아예 안 올라옵니다. 어중간할 때 눌러앉아 가장 많이 옵니다. 해마다 장마가 다른 까닭입니다.
  4. 집중호우는 서른 배 다르다시간당 30mm부터 집중호우입니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60mm 또는 12시간 110mm, 호우경보는 3시간 90mm 또는 12시간 180mm — '또는'이라 하나만 넘어도 발표됩니다.
  5. 무서운 것은 세기가 아니라 쌓인 시간발목 높이의 흐르는 물에도 사람이 넘어집니다. 산사태는 비가 가장 셀 때가 아니라 여러 날 온 뒤에 납니다. 하천은 내 동네가 개어도 상류의 비를 받아 붑니다.

되돌아보기 — 누르면 그 대목으로 갑니다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의 기준, 집중호우의 정의는 기상청 기준이고 src/lib/jangma-model.mjs 에 그대로 두어 tools/check-jangma-model.mjs 가 대조합니다. 전선의 남북 움직임 모형은 실제 관측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과 강수량의 관계'를 보이려고 만든 것입니다 — 모형이 내는 날 수는 평년값이 아닙니다. 비 띠의 남북 폭 약 240km, 전선이 5일 주기로 흔들린다는 것, 흔들리는 폭 2도는 모두 어림값입니다. 침수·산사태 대피 요령의 정확한 문구는 행정안전부 국민행동요령을 따릅니다. 이 레슨은 그 요지를 옮긴 것이니 실제 상황에서는 재난문자와 원문 안내를 따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