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reumgyeol

날씨는 왜 서쪽에서 오나

편서풍과 제트 — 지구가 고르게 데워지지 않아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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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는 늘 서쪽부터 말한다

지금 이 동네 값입니다. 오늘 날씨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보세요.

일기예보를 떠올려 보면 순서가 늘 같습니다.

  • 중국 쪽에서 저기압이 다가오고
  • 서해를 건너
  • 우리나라를 지나
  • 동해로 빠집니다

거꾸로 말하는 것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일본 쪽에서 저기압이 넘어온다는 예보는 거의 없습니다.

앞의 세 편은 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지구 전체를 봐야 합니다. 답이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한반도의 날씨는 거의 언제나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갑니다.

지구는 고르게 데워지지 않는다

시작은 아주 단순한 사실입니다.

지구는 둥급니다. 그래서 적도에는 햇빛이 곧바로 내리꽂히고, 극에는 비스듬히 스치듯 닿습니다. 같은 햇빛이 극에서는 훨씬 넓은 땅에 퍼지니 그만큼 옅어집니다.

그 결과 적도는 뜨겁고 극은 춥습니다. 그림 아래쪽 띠의 색이 그것입니다 — 왼쪽이 적도, 오른쪽이 북극입니다.

공기는 이 차이를 그냥 두지 않습니다. 앞 편에서 배운 그대로입니다 — 더운 곳의 공기는 부풀어 올라가고, 그 빈자리를 메우러 다른 공기가 흘러듭니다.

그러니 지구에는 적도의 열을 극으로 나르는 거대한 흐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흐름이 바람의 뿌리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적도는 뜨겁고 극은 춥습니다. 그 차이를 메우려는 것이 바람입니다.

지구가 안 돈다면 고리는 하나였을 것이다

만약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주 간단해집니다. 적도에서 데워진 공기가 올라가 높은 곳을 타고 극까지 가고, 극에서 식어 내려와 땅을 따라 적도로 돌아옵니다. 지구 반쪽에 커다란 고리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상 바람은 언제나 북풍일 것입니다. 극에서 적도로 곧장 내려오는 흐름 한가운데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구가 돌기 때문입니다.

앞 편에서 배운 것을 여기 그대로 씁니다 — 북반구에서 움직이는 것은 오른쪽으로 휩니다. 그 휘는 힘이 고리 하나를 셋으로 잘라 놓습니다.

그래서 고리가 셋이다

휘어 버리는 공기는 극까지 못 갑니다. 위도 30도쯤에서 이미 거의 동서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더 북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쌓였다가 내려앉습니다.

그래서 고리가 세 토막이 됩니다.

  • 0~30도 — 적도에서 올라 30도에서 내려온다
  • 30~60도우리가 사는 곳. 지상에서 극 쪽으로 흐른다
  • 60~90도 — 60도에서 올라 극에서 내려온다

그림에서 구름이 어디 있는지 보세요. 공기가 오르는 곳(적도·60도)에만 구름이 있고, 내려오는 곳(30도)에는 없습니다.

이것이 뜻밖의 것을 하나 설명합니다. 세계의 큰 사막은 죄다 위도 30도 언저리에 몰려 있습니다. 사하라도, 아라비아도, 호주 사막도요. 내려오는 공기는 데워져 구름을 못 만든다고 앞 편에서 배웠는데, 그것이 지구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고리가 셋이고, 오르는 곳에 구름이, 내려오는 곳에 사막이 있습니다.

사하라 사막이 위도 30도 언저리에 있는 것은 우연일까요?

가운데 토막이 서풍인 까닭

이제 동서 방향입니다. 여기가 이 편의 핵심입니다.

각 고리의 지상 공기가 남북 어디로 가려는지를 보고, 거기에 오른쪽으로 휜다를 물리면 답이 나옵니다.

  • 0~30도 — 지상 공기가 적도 쪽(남)으로 → 오른쪽은 서쪽 → 동에서 서로 (무역풍)
  • 30~60도 — 지상 공기가 극 쪽(북)으로 → 오른쪽은 동쪽서에서 동으로 (편서풍)
  • 60~90도 — 다시 적도 쪽으로 → 동에서 서로 (극동풍)

한반도는 위도 33도에서 43도 사이입니다. 고스란히 가운데 토막입니다.

그래서 날씨가 서쪽에서 옵니다. 우리 위를 흐르는 공기 전체가 서에서 동으로 가고 있으니, 그 위에 실린 저기압도 전선도 함께 실려 갑니다.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갈 때는 남쪽으로 내려가 무역풍을 탔고, 돌아올 때는 북쪽으로 올라와 편서풍을 탔습니다. 돛단배 시대에 이미 알고 있던 것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중위도 지상 공기는 극 쪽으로 가려다 오른쪽으로 휩니다. 그래서 서풍입니다.

남반구의 중위도(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는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까요?

그 위에 훨씬 빠른 강이 있다

지금까지는 지상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높은 곳에는 훨씬 센 것이 있습니다.

고리와 고리가 맞닿는 곳에서는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나란히 붙어 섭니다. 온도가 크게 다르면 기압도 크게 다르고, 기압이 크게 다르면 바람이 셉니다(앞 편에서 등압선이 촘촘할수록 바람이 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경계 위쪽 10km쯤좁고 빠른 바람의 강이 흐릅니다. 제트기류입니다. 그림에서 동그라미로 찍어 둔 두 자리가 그것입니다.

얼마나 빠를까요. 보통 시속 100~250km, 겨울에 셀 때는 시속 300km가 넘습니다. 고속열차보다 빠른 바람이 우리 머리 위에서 늘 불고 있습니다.

동그라미로만 찍은 것은 그 바람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옆에서 자른 그림으로는 못 그립니다. 그래서 다음 대목에서 위에서 내려다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고리의 경계 위 10km에 시속 200km가 넘는 바람의 강이 흐릅니다.

비행기가 알려주는 것

제트기류를 몸으로 겪어 본 사람이 많습니다. 비행기를 타 보셨다면요.

인천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는 11시간인데, 돌아올 때는 13시간이 걸립니다. 같은 거리인데 두 시간이 더 듭니다.

갈 때는 제트기류를 등에 업고 가고, 올 때는 맞바람으로 뚫고 오기 때문입니다. 시속 200km짜리 바람을 업느냐 마주하느냐는 큰 차이입니다.

비행기가 늘 같은 항로로 다니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트기류가 오늘 어디를 지나는지를 보고, 갈 때는 그 위에 올라타고 올 때는 피해서 돌아갑니다.

기름값이 걸린 일이라 항공사는 매일 이 계산을 합니다. 우리가 배운 편서풍이 그대로 돈인 것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갈 때는 업고 올 때는 뚫습니다. 그래서 오는 편이 두 시간 더 걸립니다.

제트는 곧게 흐르지 않는다

이제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입니다. 가로가 동서, 세로가 남북이고, 굵은 선이 제트입니다.

제트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경계 위를 흐릅니다. 그러니 제트의 북쪽은 찬 공기, 남쪽은 따뜻한 공기입니다. 한반도는 보통 제트의 남쪽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트는 곧게 흐르지 않고 뱀처럼 굽이칩니다. 그 굽이가 저절로 서에서 동으로 천천히 흘러갑니다. 며칠에 걸쳐 대륙 하나를 건널 만큼 느립니다.

손잡이를 왼쪽 끝에 두어 보세요. 제트가 곧아지고, 한반도는 언제나 따뜻한 쪽에 머뭅니다.

이제 오른쪽으로 끌어 보세요. 굽이가 깊어지다가 어느 순간 찬 공기가 한반도를 덮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제트의 북쪽이 찬 공기입니다. 한반도는 보통 남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한파가 온다

방금 본 것이 한파의 정체입니다.

한파는 어디선가 찬 것이 새로 만들어져 오는 것이 아닙니다. 북극의 찬 공기는 늘 거기 있었습니다. 다만 제트가 울타리 노릇을 하며 그것을 북쪽에 가둬 두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 울타리가 깊게 내려앉으면 갇혀 있던 찬 공기가 그 골을 따라 쏟아져 내려옵니다. 며칠 동안 한반도를 덮었다가, 굽이가 동쪽으로 흘러가면 풀립니다.

한파가 며칠씩 이어지는 까닭이 이것입니다. 굽이가 천천히 흘러가니까요.

반대쪽도 있습니다. 굽이가 북쪽으로 불룩할 때 그 아래에 들면 남쪽의 더운 공기가 올라와 눌러앉습니다. 여름 폭염이 그렇게 옵니다.

굽이가 아예 멈춰 서 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면 한파도 폭염도 장마도 보름씩 이어집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한파는 찬 공기가 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가 내려앉는 것입니다.

한파가 며칠씩 이어지다가 풀리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이제 예보가 다르게 들린다

여기까지 오면 일기예보의 말이 다르게 들립니다.

  • "중국 쪽에서 저기압이 다가와" — 편서풍에 실려 옵니다
  •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며" — 제트의 굽이가 내려앉았습니다
  • "상층 찬 공기의 영향으로" — 제트 북쪽 공기가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앞의 네 편이 여기서 한 줄로 이어집니다.

  • 기압 차이가 바람을 만들고
  • 전향력이 그 바람을 휘게 하고
  • 휘어진 바람이 저기압을 돌리고
  • 그 저기압이 전선을 달고
  • 편서풍이 그것을 통째로 서에서 동으로 실어 나릅니다

창밖의 구름 한 조각이 지구가 둥글고 돈다는 두 가지 사실에서 나온 것입니다.

내일 예보를 들으실 때 "서쪽에서"라는 말이 나오는지 세어 보세요.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다.

오늘 배운 것

  1. 지구가 둥글어서 시작된다적도에는 햇빛이 곧바로 내리꽂히고 극에는 비스듬히 스칩니다. 그 온도 차이를 메우려는 공기의 흐름이 모든 바람의 뿌리입니다.
  2. 전향력이 고리 하나를 셋으로 자른다지구가 안 돈다면 적도에서 극까지 커다란 고리 하나였을 것입니다. 오른쪽으로 휘는 힘 때문에 공기가 30도쯤에서 더 못 가고 내려앉아, 고리가 셋이 됩니다.
  3. 그래서 위도 30도에 사막이 있다고리가 만나 공기가 내려오는 자리는 구름이 못 생깁니다. 사하라·아라비아·호주 사막이 남북 30도 띠에 나란히 놓인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4. 가운데 토막이 편서풍이고 한반도가 거기 있다중위도 지상 공기는 극 쪽으로 가려다 오른쪽으로 휘어 동쪽으로 흐릅니다. 한반도는 위도 33~43도로 고스란히 그 띠 안이라, 날씨가 서쪽에서 옵니다.
  5. 제트가 굽이치면 한파와 폭염이 온다제트는 찬 공기를 북쪽에 가둔 울타리입니다. 그 굽이가 깊게 내려앉으면 찬 공기가 쏟아지고, 굽이가 천천히 흘러가므로 한파가 며칠씩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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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고리 모형은 이상화된 그림입니다. 실제 대기는 이만큼 단정하지 않고, 특히 가운데 고리는 다른 둘처럼 스스로 도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에 끼여 돌아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지상 바람의 띠 셋은 실제로 그렇게 나타납니다. 위도 값(30도·60도)과 제트의 자리는 철에 따라 남북으로 크게 움직이는 어림값입니다. 인천–로스앤젤레스 비행 시간은 항공사 공시 기준의 대략적인 값입니다.